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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요정 페트라/서평

2020.12.12 블로그를 시작하며/온라인 독서모임 이음 zoom/「츠바키 문구점」

by 취미요정 페트라 2020.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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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고 가장 좋은 점은 오롯이 나일 시간이 많다는 것.

퇴사전엔 7시 필라테스를 가고, 9시반부터 18시반까지 회사, 퇴근 후 폴댄스, 저녁 알바 후 새벽에 귀가하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30대 체력을 다 끌어쓴게 아닌가 싶다.

 

왜그렇게 아등바등 살았고 저금에 목숨을 걸었는지.

덕분에 오늘 저금한 금액까지 합쳐서 내 통장잔고에는 1400만원이 있게 되었지만서도.

 

 

바디프로필이 끝나는 날 생각했다.

"이제 뭐하지?"

계획 변태인 나는 이제 진정한 '백수'인 나를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한다고 몇 년째 말만 하던 스페인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중국어, 안한지 오래된 영어, 듣고 싶었던 스피치 강연, 그리고 코딩. 코딩은 코로나의 여파로 28일 이후 교육에 참여하려고 한다.

 

그리고, 강릉에 있을 때 참여했던 독서모임 이음의 온라인 전환 소식을 접했다.

 

 

다른 모임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ㅡ지금 서울에 있기에 지속적인 편이 더 좋으니까ㅡ

다만, zoom의 특성상 아예 모르는 사람들과 얘기를 하는건 낯을 가리지 않는 나에게도 조금은 주저 되었기에.

 

오늘 내가 소개한 책은 오가와 이토의 「츠바키 문구점」이라는 책이다.

사실 가벼운 책이라 '독서모임'에 들고갈 만한 책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 얘기 듣는 재미와 질문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매주 유익한 책을 읽는 것도 힘들기도 하고.

 

간략하게 어떤 책인지 소개하자면, 글을 쓰는걸 싫어하던 주인공 포포가 할머님의 죽음으로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츠바키 문구점을 운영하는 이야기이다. 문구점이라고 하여 맨처음에는 문방사우를 판매하는 소위 '문방구'라고 생각했으나, 여기서의 문구점은 글을 대신 써주는 대필점이다. 손님이 오면 맨 먼저 차를 내고, 사연을 들으며 어울리는 글꼴, 편지지 재질, 우표 모양 및 종류, 편지봉투 색상 등을 고려하여 대필 작업을 해준다. 본인도 잘 기억나지 않는 주인공의 유년시절을 부러워했던 동창도, 마음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만나며 포포는 성장한다. 그리고, 자신을 엄하게 가르쳤던 할머니의 펜팔을 통해서 돌아가신 할머니의 사랑을 깨닫고 용서한다.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부분이다.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나는 고향에 내려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듯이 나에게도 유년시절 판도라의 상자와 감정의 방아쇠가 있다. 예를 들어, 엄마가 "여자는 뚱뚱하면 안돼"라고 얘기했던 것들이 그러했다.(실제로 스무살 전까지 나는 내가 굉장히 뚱뚱한 줄 알았다.) 스무살이 넘고 나서는 엄마와 많은 대화를 하려고 하는데, 엄마의 반응은 항상 '안좋은 것만 기억하냐'였다. 엄마를 사랑하지만, 나에게 '할머니의 펜팔'은 내가 만들어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간 나눔 질문.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유년시절 감정의 방아쇠를 어떻게 다스릴 수 있을까. 극중 포포처럼 뜻밖의 경우로 응어리가 풀린 적이 있나."

 

다른 사람들이 들고 온 책들은 「지적자본론」, 「홍길동전」, 「만화로 보는 맨큐의 경제학」, 「1분과학」, 「생각의 비밀」이였는데, 맨큐의 경제학 나눔질문에서 최저임금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미국과 한국의 경제학자들 70%이상(한국은 80%정도)이 최저임금은 빈곤률을 상승시킨다라고 주장했다는 것. 하지만 최저임금이 직장인들에게 적용이 되지는 않기에 나는 최저임금 인상도 좋지만,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홍길동전 해석 중 인상적이였던 부분은 조선이 아니고 율도국을 만들어서 목표를 이룬게 허균이 왕조를 바꿔야하므로 당시 시대적 배경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라는 부분이였다.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사실 생산적인 대화가 너무 하고 싶었다. 코로나가 잠잠했을때는 독서모임을 나갈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었고 지금은 집콕할때니까.

독서모임은 나에게 사람들이 무슨 책을 들고 올까 설레는 마음도, 신선한 자극을 받게 되는 짜릿함도 있는 매개체다.

 

코시국 나의 갈망을 채워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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